[삐딱한 리뷰] '애 키우기 좋은 도시' 홍보하랬더니 진짜 '애들 놀이터'를 만들어버린 건에 대하여...

국제농업박람회에 등장한 광양시 미니정원, 이거 힙한 거냐 짠한 거냐? 실무자들 영혼까지 갈아 넣은 포토존의 속사정.

이동구 선임기자 | 기사입력 2025/10/16 [12:07]

[삐딱한 리뷰] '애 키우기 좋은 도시' 홍보하랬더니 진짜 '애들 놀이터'를 만들어버린 건에 대하여...

국제농업박람회에 등장한 광양시 미니정원, 이거 힙한 거냐 짠한 거냐? 실무자들 영혼까지 갈아 넣은 포토존의 속사정.

이동구 선임기자 | 입력 : 2025/10/16 [12:07]

 

‘농업이 세상을 바꾼다’, ‘AI와 함께하는 농업혁신’. 이야, 2025 국제농업박람회 주제 한번 거창하다. 온 세상이 AI, AI 노래를 부르는데, 여기서 광양시가 뭘 들고 나왔는지 앎?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테마로 한 미니정원. 그렇다. 정원이다. 남들 코딩하고 드론 띄울 때, 우리 광양은 지금 매화나무에 물 주고 앉았다는 소리다.

 

이거 완전 ‘탑골공원 Vibe’ 아니냐고? 잠시만. 디테일을 봐야지. 이 미니정원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광양 대표 농산물인 ‘매실’이다. 매화나무 심고, ‘매돌이’라는 캐릭터 화분 놓고, 토끼랑 당근 모양 의자까지. 딱 봐도 “제발 여기서 사진 한 장만 찍고 가세요” 하는 처절한 외침이 들리지 않나? 요즘 애들, 아니 애들 부모님들 저격용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을 기어코 만들어 낸 거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이 정원 하나 본다고 갑자기 “오! 광양 가서 애 낳고 매실 농사 지으며 살아야겠다!”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킹리적 갓심으로 제로에 수렴한다. 트위터만 봐도 벌써 여론이 반으로 갈릴 게 뻔하다. “와~ 광양 정원 귀여움ㅋㅋ 매돌이 뭐냐고” 하는 반응과 “또 우리 세금 살살 녹는다... 저 토끼 의자 얼마짜리일까?” 하는 냉소적인 반응. 양쪽 다 이해가 가서 더 웃김.

▲ 2025 국제농업박람회 주제 한번 거창하다. 온 세상이 AI, AI 노래를 부르는데, 여기서 광양시가 뭘 들고 나왔는지 앎?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테마로 한 미니정원. 그렇다. 정원이다. 남들 코딩하고 드론 띄울 때, 우리 광양은 지금 매화나무에 물 주고 앉았다는 소리다.  ©

근데 진짜 재밌는 건 따로 있다. 이런 행사 뒤에는 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실무자들의 피, 땀, 눈물이 있다는 사실. 시장님은 개막식에서 멋지게 테이프나 끊겠지만, 그 뒤에서 “토끼 의자는 이쪽 각도가 사진이 잘 나와요!”, “매돌이 화분 간격 좀 더 벌려!” 하면서 동분서주하는 건 기술보급과 같은 부서의 공무원들이다.

 

그분들 입장에선 이게 그냥 정원이 아니다. 한 해 농사고, 도시의 자존심이며, 무엇보다 까라면 까야 하는 ‘일’이다. 아마 박람회 며칠 전부터 “AI 농업혁신? 일단 우리 정원부터 혁신적으로 예뻐야 할 텐데…” 하면서 밤새 조명 각도까지 맞췄을 거다. 이 미니정원은 광양 농업의 미래라기보단, K-직장인의 현재를 보여주는 웃픈 상징물 아닐까.

 

결국 이 정원은 성공할까? 뭐, 성공의 기준이 뭔데. 관람객들이 잠시 쉬어가며 토끼 의자에 앉아보고, ‘광양 농부’ 브랜드 제품 하나 사 가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 AI가 세상을 바꾸든 말든, 일단 내 새끼 사진 예쁘게 나오고, 공무원들 월급날 두 발 뻗고 자면 성공적인 박람회인 거지.

 

그래서 님들 생각은 어떰? 이런 아날로그 감성의 홍보, 먹힌다고 봄, 안 먹힌다고 봄? 댓글로 싸우든 칭찬하든 맘대로 하시고… 이 글이 유익했다면 광양 매실 한 알 사 주시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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