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막이' 없던 4m 죽음의 굴착…광양 하수처리장 참사, ‘행정 부실’이 빚은 인재(人災)

지하 4m 굴착 현장 기본 안전조치 전무… 시공사 과실 넘어 '발주처 광양시' 관리 책임, 중대재해법 수사 쟁점으로

이동구 선임기자 | 기사입력 2025/10/20 [07:04]

'흙막이' 없던 4m 죽음의 굴착…광양 하수처리장 참사, ‘행정 부실’이 빚은 인재(人災)

지하 4m 굴착 현장 기본 안전조치 전무… 시공사 과실 넘어 '발주처 광양시' 관리 책임, 중대재해법 수사 쟁점으로

이동구 선임기자 | 입력 : 2025/10/20 [07:04]

지난 9월 광양시 중앙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한 토사 붕괴 사고로 현장소장 A씨가 21일 만에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지하 4m 굴착 작업에서 가장 기본적인 안전조치인 '흙막이(지지대)'가 부실했거나 설치되지 않았을 가능성으로 지목된다.

 

이는 단순한 현장 과실을 넘어, 공공 공사를 발주한 광양시의 관리·감독 시스템이 사실상 공백 상태였던 것 아니냐는 '인재(人災)'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무너진 흙더미와 사라진 안전조치

사고는 지난 9월 23일, 광양시가 발주한 중앙하수처리장 배관 정비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현장소장 A씨는 지하 약 4m 깊이의 굴착부 안에서 관로를 점검하던 중 쏟아져 내린 토사에 매몰됐다.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10월 14일 숨졌다.

 

문제는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 제338조는 굴착 깊이가 2m를 넘을 경우 반드시 흙막이와 지지대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 현장에는 이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단순 부주의를 넘어선 명백한 '안전조치 위반'이다.

 

 '발주처' 광양시의 책임 가능성

이에 따라 경찰과 노동당국의 수사는 시공사를 넘어 발주처인 광양시의 구조적인 관리 부실 여부로 확대되고 있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시공사뿐만 아니라, 공사를 발주하고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지자체에도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  지하 4m 굴착 현장 기본 안전조치 전무… 시공사 과실 넘어 '발주처 광양시' 관리 책임, 중대재해법 수사 쟁점으로 ©국민톡톡TV DB 

조사의 핵심 쟁점

첫째, 안전 계획 검증 부실이다. 광양시가 시공사의 작업계획서나 위험성 평가 내용에 4m 굴착에 대한 명확한 붕괴 예방 대책(흙막이)이 포함됐는지 제대로 검토하고 승인했는지 여부이다.

 

둘째, 이행 점검 방치이다. 공사 승인 후, 광양시가 시공사가 안전 계획대로 작업을 수행하는지 실질적인 현장 점검을 했는지이다. 만약 기본적인 흙막이조차 없는 위험한 작업이 방치되었다면, 이는 행정이 '서류상의 안전'만 확인하고 현장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셋째, 적정성 검토이다. 시공사가 안전 조치를 이행하기에 적정한 공사 기간과 예산을 부여했는지 역시 발주처의 책임 소재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정인화 시장,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이번 사고는 근로자 1명이 사망한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한다.

시공사(사업주)는 현장 안전조치 미비가 확인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광양시(발주처)와 정인화 시장이다. 지자체장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이다. 

 

이번 사안은 '중대산업재해'지만, 시장 역시 발주 사업 전반의 안전보건 관리 시스템(예산, 인력, 점검 체계) 구축 의무를 다했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 광양시가 안전관리를 시공사에 일임하고 사실상 방치했다면, 그 최종 책임은 경영책임자인 정인화 시장에게 향할 수 있다.

 

지자체 발주 공사나 관리 시설에서 발생한 사고로 단체장의 책임이 거론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2023년)의 경우, 이범석 청주시장이 중대재해처벌법(중대시민재해) 위반 혐의로 지자체장 중 최초로 기소됐다. 이는 제방 관리 부실 등 공공시설의 안전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은 상징적 사건이다.

 

충북 지방도 공사현장 추락사고 (2018년)에서도 법원은 충북도가 발주한 공사 현장의 안전시설 미비로 사망사고가 나자, 발주처인 충청북도에도 국가배상법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이러한 사례들은 공공 발주처가 단순히 공사를 맡기는 '방관자'가 아니라, 과정 전반의 안전을 관리할 '주체'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관행적 안전불감증'을 넘어 '행정 철학'으로

이번 광양 하수처리장 사고는 시공사의 현장 수칙 위반 가능성과 더불어, 이를 걸러내지 못한 광양시의 '관행적 안전불감증'과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공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향후 조사는 광양시가 발주처로서의 안전 확보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했는지에 집중될 것이다. 광양시는 뒤늦게 안전관리 강화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미 한 생명을 잃은 뒤다.

 

안전은 현장의 일이 아니라 행정의 철학이다. 공공이 책임을 회피하는 한, 또 다른 인재는 그저 '예고된 사고'일 뿐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