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일자리 약속한 세풍 1호 외투기업, 중국인 ‘비자 세탁’ 의혹에 환경·고용 논란 재점화1000억 투자·법인세 5년 면제 특혜 속 한국인 우선 채용 약속과 다른 고용 구조 D-8-1 비자로 생산직 투입 정황,환경·관세 회피·감독 공백까지 ‘허가 과정 전반’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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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대형 알루미늄 제조업체 밍타이는 2019년 전남 광양 세풍산업단지 외국인투자구역 약 8만2천㎡ 부지에 약 1000억 원을 투자해 압연·포일 공장을 세웠다. © |
세풍산단 1호 외국인투자 기업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전남도·광양경제자유구역청(이하 광양경제청)·광양시는 “1·2단계 완공 시 수백 명 고용과 연간 1만3천TEU 물동량 창출”을 내세우며 침체된 산단 활성화의 ‘마중물’이라고 홍보했다. 이 과정에서 밍타이는 5년간 법인세 면제 등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받았고, “채용 인원의 상당수를 광양·전남 지역 거주자로 우선 채용하겠다”며 지역 일자리 확대를 약속했다.
환경·국내 산업 피해 우려 속 ‘졸속·불통’ 논란…주민 반대에도 조건부 통과
하지만 출발부터 잡음이 컸다.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는 “중국발 스모그 위에 알루미늄 공장까지 더 얹느냐”며 미세먼지·대기오염 가능성과 국내 알루미늄 업계에 대한 타격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과 업계 성명까지 이어지며 “국내 중소·중견 알루미늄 업체의 설 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거셌다.
광양경제청은 “용해·제련 공정이 없는 압연 공장”이라며 대기오염 우려가 과장됐다고 설명했고,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건축 허가를 내줬다. 그러나 주민설명회·의견수렴 과정이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며 ‘법적 요건만 맞춘 졸속 허가’ ‘불통 행정이 부른 불신’이라는 비판을 낳았다. 이후 주민 대표와의 4자 합의, 고발과 소송까지 이어지며 갈등은 장기화됐다.
D-8-1 비자로 들어와 생산라인 투입…‘비자 세탁’ 의혹에 법무부 조사
최근 논란의 중심은 ‘환경’에서 ‘노동·비자’로 옮겨갔다. 조선일보 등 복수 매체에 따르면, 밍타이가 세운 광양 공장에서 중국인 노동자들이 경영·관리 인력에게 발급되는 법인투자비자(D-8-1)로 입국한 뒤 실제로는 생산라인에 배치된 내부 문건이 확인됐다.
D-8-1 비자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전문·관리 인력에게만 허용되는 체류 자격으로 단순 생산 업무는 할 수 없는데, 현장에서 근무한 한국인 직원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투입된 중국인 노동자가 수십 명 수준”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할 경우 외국인 근로자는 추방 또는 3년 이하 징역·3천만 원 이하 벌금, 허위 취업을 알선한 회사에는 500만~2천만 원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법무부는 관련 보도가 나온 뒤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9 기다리기 싫었다?”…자국민 중심 고용 구조, 약속과 현실의 괴리
노무 전문가들은 “생산직에 주로 쓰이는 비전문취업(E-9) 비자는 발급 대기 기간이 길고, 최대 체류 기간도 4년 남짓이라 안정적인 인력 운용이 쉽지 않다”며 “자국민(중국인) 생산직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비자 운용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밍타이는 설립 당시 ‘국내 노동자 중심 고용’과 ‘지역민 우선 채용’을 강조했지만, 실제 공장 운영에서는 중국인 생산직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애초 약속과의 괴리가 드러나고 있다. 현지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인보다 월급을 더 받는 중국인 생산직이 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지역 일자리 확대를 명분으로 세제 혜택과 각종 지원을 받았던 투자 유치가 ‘값싼 외국인 노동력에 기댄 공장 운영’으로 귀결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원산지 세탁’ 우회 수출 조사까지…한국 제조업·통상 리스크로 비화 우려
밍타이 광양 공장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 고용 문제를 넘어 ‘원산지 세탁’ 의혹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미 2023년에는 광양알루미늄이 미국 측에서 관세 회피를 위한 우회 수출 의혹으로 조사를 받으며 수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중국산 알루미늄을 한국에서 가공·포장해 ‘메이드 인 코리아’로 수출하는 구조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한국산 알루미늄 전체에 대한 관세 인상·쿼터 축소 등 통상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제기돼 왔다.
알루미늄 업계는 이미 2018년 투자 초기부터 “향후 2~3년 내 국내 업계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광양 입주에 공개적으로 반대했지만, 이 같은 경고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되는 대목이다.
환경 기준치 초과·감독 공백 논란…허가 이후에도 ‘관리 부실’ 비판
환경 분야에서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세풍산단 인근 토양에서 기준치의 20배를 넘는 석유계총탄화수소 등 오염물질이 검출되면서 지역사회는 배출지로 광양알루미늄을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영산강유역환경청과 광양경제청은 “관할이 다르다”며 책임 공방을 벌이는 사이, 오염 원인 규명과 후속 조치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면제, 산단 내 우수·배관 관리 주체 논란 등 허가 단계부터 지적돼 온 제도적 빈틈이 실제 오염사고 의혹 국면에서 다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광양경제청·지자체 책임론…“투자유치 기준과 사후 관리 전면 재점검해야”
지역 주민들은 “처음부터 주민 의견 수렴과 정보 공개가 충분했다면 이렇게까지 불신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세풍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수사가 아니라, △투명한 정보 공개 △약속했던 고용·환경 기준의 실제 이행 △문제가 드러났을 때의 책임 있는 조치”라며 “세풍산단에 터를 잡은 밍타이가 지역경제의 동반자가 될지, 또 하나의 불신 사례로 남을지는 앞으로의 답변과 행동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광양경제청 역시 “비자 문제는 소관이 아니지만 진위 여부를 파악 중”이라며, 법무부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회사는 “법적 대응” 예고…법무부·지자체 조치 주목
광양알루미늄 측은 ‘비자 세탁’ 의혹 제기 이후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보도 내용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여부를, 관세 당국과 산업부·환경부 등은 원산지·환경·산단 관리 전반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안은 한 중국 기업의 일탈 여부를 넘어, △환경·고용·통상 리스크를 안은 대규모 외국인투자 사업을 어떻게 심사하고 △어떤 기준과 절차로 허가하며 △사후 관리를 누가 책임질 것인지, 우리 투자유치 시스템 전반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