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매산등 치유관광 정책의 설계도…‘K-치유 관광’의 성지로근대유산 활용·생생국가유산·역사문화공간 조성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정책
순천시가 추진 중인 매산등 치유관광 정책의 핵심은 근대기독교 유산을 보존의 대상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시민과 관광객이 체감하는 ‘도시 자산’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매산등은 20세기 초 선교사들이 교육과 의료, 돌봄을 실천했던 공간으로, 순천의 근대사가 집약된 장소지만 오랜 기간 종교 유적지라는 인식에 머물러 활용의 폭이 제한돼 왔다.
순천시는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매산등을 ‘치유’라는 보편적 가치로 재해석했다. 종교적 의미를 넘어, 근대사의 기억과 공간의 정서를 현대인의 마음 회복과 연결하는 전략이다. 이는 문화유산 정책이 관광 정책, 나아가 도시 재생 정책으로 확장되는 지점이다. 매산등을 찾는 행위 자체가 관람이 아닌 ‘머무름’과 ‘회복’의 경험이 되도록 설계했다.
정책 추진은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1단계는 스토리 기반 인프라 구축이다. 순천시는 2024년 매산등 일원의 선교사 가옥과 학교, 기념관을 하나의 동선으로 엮은 ‘매산등 성지순례길’을 조성하고 방문자센터를 설치했다. 이는 점 단위 유산을 선으로 연결해 공간 전체를 이해하도록 돕는 기반 사업이다.
2단계는 체험과 참여를 통한 공공성 강화다. 국가유산 야행을 매산등에서 개최하고, 코잇 선교사 가옥을 활용한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은 유산을 특정 집단의 소유가 아닌 시민 모두의 문화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이는 문화유산 정책의 핵심 과제인 ‘개방성’과 ‘지속성’을 동시에 겨냥한다.
3단계는 2026년부터 본격화되는 생생국가유산 활용사업이다. 이 사업은 선교사들의 삶과 매산등의 역사를 주제로 한 체험형 콘텐츠를 통해 교육·관광·치유 기능을 융합하는 것이 목표다. 단순 관람형 콘텐츠가 아닌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설계돼, 지역 주민과 관광객의 반복 방문을 유도하는 구조를 갖는다.
4단계는 도시 구조 자체를 바꾸는 근현대 역사문화공간 조성사업이다. 순천시는 매산등에서 원도심으로 이어지는 담장과 골목길, 거리 전체를 역사문화 자원으로 묶어 ‘걷고 싶은 도시 공간’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이는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사람의 흐름을 만들고, 상권과 생활 인구를 다시 원도심으로 끌어들이는 도시 재생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매산등 치유관광 정책을 ‘문화유산 기반 원도심 재생’의 모범 사례로 평가한다. 하드웨어 중심 개발이 아닌, 이야기와 경험을 중심에 둔 소프트 전략이라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MZ세대의 레트로 감성과 중장년층의 향수를 동시에 자극하는 콘텐츠 구조는 세대 통합형 관광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순천시 관계자는 “매산등 정책은 문화유산 보존과 관광, 원도심 활성화를 따로 보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묶은 전략”이라며 “치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통해 순천만의 독자적인 도시 브랜드를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매산등을 중심으로 한 K-치유 관광 정책이 순천 원도심의 미래를 가늠하는 핵심 실험대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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