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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의 한 물놀이 시설에서 열 살, 열한 살 형제가 목숨을 잃었다.
부모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아이들은 차가운 물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세상 어떤 말로도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할 수 없다.
그런데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 전라남도가 내놓은 대책을 보며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도내 테마파크 113곳 특별안전점검."
늘 그렇다.
사고가 나면 점검한다. 사람이 죽으면 대책을 만든다. 언론이 보도하면 회의를 연다. 비난 여론이 일면 전수조사에 나선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행정의 공식처럼 굳어졌다.
이번 사고는 더욱 안타깝다.
정식 개장도 하지 않은 시설이었다. 안전요원도 없었다. 구조체계도 없었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개장도 하지 않은 시설에 아이들이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안전요원이 없는데 물놀이가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관할 기관은 그동안 무엇을 확인했고 무엇을 놓쳤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 없이 "특별점검"만 외친다면 결국 또 다른 보여주기 행정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우리는 이미 수없이 많은 사고를 겪었다.
세월호 이후에도,이태원 참사 이후에도,각종 물놀이 사고 이후에도,정부와 지자체는 늘 같은 말을 반복했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 하지만 사고는 반복됐다.
왜일까.
문제가 발생한 뒤에 움직이는 행정은 예방이 아니라 수습이기 때문이다.
예방은 보이지 않는다. 성과도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고가 터지면 언론 앞에서 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눈에 잘 띈다.
그래서 많은 행정이 예방보다 수습에 익숙해져 버렸다.
이번 곡성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전남도가 발표한 특별점검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점검 자체가 아니다.
왜 미개장 시설이 방치됐는지,왜 안전요원이 없었는지, 왜 위험 신호를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는지,
그 원인을 끝까지 파고드는 것이다.
진짜 안전은 사고 이후의 회의실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아이 둘의 목숨보다 값진 교훈은 없다.
그 교훈마저 잊는다면 이번 특별점검도 결국 또 하나의 행정 서류로 끝날 것이다.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보다 더 안타까운 일은,
소를 잃고도 왜 잃었는지 끝내 배우지 못하는 것이다.
두 아이의 희생이 또 다른 '점검 보고서' 한 장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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