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의 팩폭] 노관규는 2천억 남기고 떠났고, 정인화는 빚만 남기고 떠났다

"정치는 말이 아니라 숫자다."

이지명 선임기자 | 기사입력 2026/06/23 [14:10]

[이동구의 팩폭] 노관규는 2천억 남기고 떠났고, 정인화는 빚만 남기고 떠났다

"정치는 말이 아니라 숫자다."

이지명 선임기자 | 입력 : 2026/06/23 [14:10]

 선거 때는 누구나 미래를 이야기한다. 누구나 비전을 말하고, 누구나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는다. 그러나 임기를 마치는 순간 시민이 확인해야 할 것은 단 하나다.

 

"그래서 통장에 얼마가 남았는가."

 

최근 노관규 순천시장이 퇴임을 앞두고 자신의 SNS를 통해 순천시 재정 현황을 공개했다.

 

내용은 간단하다.

 

2026년 하반기 가용재원 약 900억 원.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약 1,100억 원.

 

합계 약 2,000억 원.

 

▲ 노관규 순천시장이 퇴임을 앞두고 자신의 SNS를 통해 순천시 재정 현황을 공개. 노관규 SNS캡쳐

 

게다가 지방채 1,413억 원 가운데 1,113억 원은 연향들 도시개발사업을 위한 사업성 차입금이다. 땅을 매입해 개발 후 매각하면 회수 가능한 성격의 투자성 부채라는 설명이다.

 

반면 광양시는 어떤가.

 

민선 8기 초반만 해도 광양시는 전남에서 가장 안정적인 재정구조를 가진 도시로 평가받았다.

 

포스코와 광양항이라는 막강한 세원이 있었고, 재정자립도 역시 전남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민선 8기 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광양시 인수위원회인 광양대전환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와 업무보고 내용을 보면 시 재정은 사실상 비상상황에 가까운 수준으로 진단됐다.

 

신규사업 추진 여력은 급격히 줄었고, 각종 재정지표 역시 악화됐다.

 

박성현 당선인이 인수위원회를 통해 가장 먼저 지시한 것도 공약 검토가 아니라 재정진단이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했다는 의미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정인화 전 시장이 선거 기간 내내 박성현 후보의 재정공약을 향해 "재원 대책이 없다"고 공격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인수위원회가 들여다본 현실은 달랐다.

 

정작 시민들이 발견한 것은 화려한 재정성과가 아니라 줄어든 가용재원과 늘어난 부담이었다.

 

순천은 2천억 원을 남겼다고 공개했고,

 

광양은 왜 남은 돈이 얼마인지 시민들이 묻고 있다.

 

이것이 가장 큰 차이다.

 

행정의 성적표는 보도자료가 아니다.

 

결산서다.

 

SNS에 남긴 노관규 시장의 글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예산과 직원들에게 미안했다는 고백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공모사업을 줄이고, 소모성 예산을 줄이고, 선심성 사업을 줄여 미래 투자 재원을 마련했다고 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2천억 원이다.

 

시민들이 노관규 시장의 주장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최소한 한 가지는 인정할 수 있다.

 

재정 숫자를 공개했다는 사실이다.

 

반면 광양시는 아직도 시민들이 궁금해한다.

 

도대체 민선 8기 동안 재정은 어떻게 운용됐는가.

 

왜 전남 최고 수준의 재정도시가 인수위원회에서 긴급 재정진단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는가.

 

왜 시민들은 선거가 끝난 뒤에야 재정위기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공방이 아니다.

 

숫자 공개다.

 

남은 예산은 얼마인가.

 

실질 가용재원은 얼마인가.

 

지방채는 얼마나 늘었는가.

 

계속사업 부담은 얼마인가.

 

민선 9기가 감당해야 할 재정 의무는 얼마인가.

 

시민은 알 권리가 있다.

 

광양시는 특정 시장의 도시가 아니다.

 

15만 시민의 도시다.

 

노관규 시장의 SNS가 던진 메시지는 단순하다.

 

"나는 숫자를 공개하고 떠난다."

 

광양 시민들도 같은 질문을 던질 권리가 있다.

 

"정인화 시장은 무엇을 남기고 떠났는가."

 

정치인은 말로 평가받지 않는다.

 

결국 숫자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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