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희생자 박찬길 검사 유족,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78년 만에 책임 묻는다여순사건 희생자 공식 결정 이후 첫 국가배상 소송..."현직 검사도 재판 없이 총살"…국가 책임 인정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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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률대리인인 서동용 변호사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4월 10일 여순사건 희생자 심의를 통해 박찬길 검사와 그의 부친 박인서 씨를 여순사건 희생자로 공식 결정했다. 이미지=국민톡톡TV 그래픽 |
대표적인 사례가 무허가로 땔감을 채취하던 민간인을 경찰이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이다. 박 검사는 이미 제압된 민간인을 사살한 경찰관을 살인죄로 기소하고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이 사건 이후 순천경찰은 박 검사를 '붉은 개'라는 뜻의 '적구(赤狗) 검사'라고 부르며 상부에 보고하는 등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1948년 여순사건이 발생하자 박 검사는 부친과 함께 지인의 집 다락방에 숨어 있었지만, 순천이 진압군에 의해 수복된 직후 경찰에 체포됐다.
부친 박인서 씨는 순천경찰서에서 고문을 받다가 숨졌고, 박찬길 검사는 인민재판장 역할을 했다는 허위 혐의를 뒤집어쓴 채 재판 한 번 받지 못하고 순천북초등학교 교정에서 총살당했다.
그러나 이듬해 법무부 조사와 국회 기록을 통해 박 검사는 인민재판에 참여한 사실이 없으며, 여순사건 당시 숨어 있다가 순천이 수복된 이후 체포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경찰이 제기한 혐의가 허위였다는 점도 드러났다.
합동수사본부는 박 검사의 총살을 주도한 인물로 당시 제8관구 경찰청 부청장 최천을 지목했지만, 경찰 조직의 반발로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천은 이후 3선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지금까지 국가의 공식 사과나 책임 인정은 없었다.
박 검사의 차남인 박경진 목사는 "국가가 불법 학살을 인정한 것은 다행이지만 가족들이 겪은 통한과 공황장애 등 평생의 고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며 "국가가 책임을 분명히 인정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률대리인인 서동용 변호사는 "현직 검사마저 빨갱이로 몰아 재판도 없이 학살한 사건에 대해 이제야 국가 책임이 인정됐다"며 "유족들이 평생 겪어온 공권력에 대한 공포와 상처는 세월만으로 치유될 수 없는 만큼 국가의 진정한 사과와 정당한 배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손해배상 소송은 단순한 금전적 배상을 넘어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다시 묻는 의미를 갖는다. 여순사건 특별법 시행 이후 희생자 결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소송 결과는 앞으로 다른 희생자 유족들의 명예회복과 국가배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순사건은 아직 끝난 역사가 아니다.
희생자를 인정하는 것은 진실 규명의 시작일 뿐이다. 국가가 억울한 희생을 인정했다면 이제는 책임 있는 사과와 실질적인 배상이 뒤따라야 한다.
7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유족들은 침묵 속에서 고통을 견뎌야 했다. 역사는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진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역사는 화해와 치유로 나아갈 수 있다.